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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재능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Learning Tips 게시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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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쪼개고 갈고 닦아야 보배를 얻는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12-09 조회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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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나는 대학시절에 율곡(栗谷) 이이(李珥) 선생의 저서인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읽다가 다음의 구절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학문은 어두운 방에서도 속이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學始不欺於暗室].”

이 말은 원래 송나라의 유명한 학자인 정자(程子)가 한 말인데, 율곡이 그의 책에 인용한 것이다. 나는 이 구절을 접하고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나는 그 당시 이미 앞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하여 학문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상태였는데, 정자의 이 글을 보고 나서는 너무나 부끄러워지고 앞으로 올바른 학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회의마저 들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에서 남이나 자기 자신에게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는 삶은 비단 학문을 하는 학자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진리를 탐구하고 후학을 지도해야 하는 학자에게 정자의 이 말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제 학창시절의 꿈대로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15년 전에 접한 율곡의 가르침을 지금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심히 두려울 뿐이다.




이야기 둘


『예기』(禮記)를 보면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나온다.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를 통해 서로 성장하고 자라간다는 뜻이다.

내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예기」의 이 말을 실감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교학상장’이라는 말 역시 비단 선생과 제자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관계가 선배와 후배든지, 또는 친구와 친구든지, 또는 가족이던지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서로 성장하게 되어있다. 대학 생활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강의를 통해서만 배우는 것이 결코 아니다. 때로는 어떤 화두를 놓고 동학(同學)들 간에 진지하게 토론함으로써 배우고 자라날 수 있다. 혹은 좋은 책을 접하여 밤을 새며 읽어가면서 자신의 인격과 지식을 성장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청춘의 열병을 통해서 자라날 수도 있고, 동아리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도 배우고 자라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실과 진지함일 것이다.





이야기 셋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튀어나오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유능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는 말이다.


옛날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조(趙)나라 재상 평원군(平原君: 趙勝)은 그의 밑에 있던 수많은 식객(食客)들 중에서 외국에 사신으로 갈 때 동행할 수행원을 몇 명 뽑고 있었다. 이 때 모수(毛遂)라는 식객이 자천(自薦)하고 나섰다.


“나리, 저를 데려가 주십시오.”

“그대는 내 집에 온 지 얼마나 되었소?”

“이제 3년이 됩니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囊中之錐] 끝이 밖으로 나오듯이 남의 눈에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오. 그런데 내 집에 온 지 3년이나 되었다는 그대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이름이 드러난 적이 없지 않소?”


“그건 나리께서 이제까지 저를 단 한 번도 주머니 속에 넣어주시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에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시기만 한다면 끝뿐 아니라 자루[柄]까지 드러내 보이겠습니다.”


이 재치 있는 답변에 만족한 평원군은 모수를 수행원으로 뽑았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준비하여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어야 하겠다. 20대의 대학시절은 인생의 황금기요 말 그대로 ‘청춘’(靑春)이다. 그 젊음은 내일을 위해 흘리는 땀방울과 함께 할 때 더욱 빛날 것이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인류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은 모두 피나는 준비기간을 거쳤다. 대학에 입학과 더불어 자기 나름의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졸업 즈음에는 저마다 ‘낭중지추’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야기 넷


필자의 대학 시절 은사님 중의 한 분이 1학년 첫 번째 수업 시간에 말씀하신 것이 생각난다.

대학 생활은 ‘삼다’(三多)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의 ‘삼다’는 물론 중국의 문인 구양수(歐陽修)가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 ‘다독’(多讀)·‘다작’(多作)·‘다상량’(多商量)의 ‘삼다’는 아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삼다’는 첫째, 공부를 많이 하라, 둘째, 사랑을 많이 하라, 셋째,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행동하는 지성이 되라 등의 세 가지였다. 돌이켜보니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어 부끄럽다. 그러나 나는 나름대로 대학 시절 내내 푹 빠져 지내던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문학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이었다. 그 시절 나는 1년 365일 내내 옆구리에 시집을 끼고 다녔다. 책가방 없이 학교 간 적은 있었어도 시집을 두고 간 적은 없었다. 그 때 내가 주로 읽었던 우리나라의 시집으로는 미당(未堂)·김수영·황동규·강은교·김명인·황지우·김영승 등등의 시집이 있었고, 그 외에 내 전공과 관련된 중국 시인 도연명(陶淵明)·왕유(王維)·맹호연(孟浩然)·이백(李白)?두보(杜甫)?이하(李賀)?이상은(李商隱) 등등의 시집도 읽었다. 나는 시집을 읽을 때 좋은 표현이 나오면 색연필을 가지고 조그맣게 동그라미를 치는 버릇이 있는데, 특히 강은교·김명인·김영승의 시집은 온통 동그라미 투성이었다. 강은교의 시 ‘자전’(自轉)은 너무나 좋아해서 외울 정도였고, 김명인의 시집 「머나먼 곳 스와니」를 읽고서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좋은 시인이 있구나 라고 감동을 받았었다.

보통은 도서관 깊숙한 한 쪽 구석에서 시집을 읽었지만, 햇살 따뜻한 봄날이나 청명한 가을철에는 종종 삼청공원을 찾기도 하였다. 특히 토요일 오후에 딱히 할 일이 없으면 항상 삼청공원을 찾아갔는데, 공원 안 벤치나 매점의 파라솔에 앉아 시집을 읽으면 이상하게도 시가 더욱 잘 읽혀졌다. 그 시절 시집에 미쳤기 때문일까? 그 후 나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한시(漢詩)를 전공으로 택해 오늘까지도 시 속에 파묻혀 지내고 있다.

대학 시절 푹 빠졌던 또 하나는 음악이다. 내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요즈음처럼 대형 스크린에 좋은 음향 시설이 흔치 않았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고전음악 감상실에 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서울의 유명한 고전음악 감상실 이었던 ‘르네상스’는 내가 대학에 다니던 80년대 후반에는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지금은 모든 공공 도서관에 음반이나 비디오 테잎, DVD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그 때만 해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진 도서관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남산 밑에 있는 독일문화원 정도였는데, 음악에 고프면 독일문화원을 가끔씩 찾아갔다. 햇살이 환한 오후에 독일문화원 도서관의 넓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특히 매력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숭동 대학로에 고전음악 감상실이 문을 열었다. 이름은 〈인켈오디오월드〉였는데, 음향기기를 만드는 회사에서 소비자들에게 이윤을 돌려주는 차원으로 만든 감상실이었다. 이 곳이 생긴 뒤로 나는 일주일에 두 세번씩 찾아갔고, 어떤 때에는 일주일 내내 가기도 하였다. 내가 그렇게 자주 감상실을 간 이유는 무엇보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커다란 화면에 각종 진귀한 영상자료나 음반을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푹신한 극장식 의자까지 있어서 금상첨화(錦上添花)였다. 게다가 입장료도 매우 저렴해서 초창기에는 천원만 내면 하루종일 음악감상은 물론 음료수까지 마실 수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루빈스타인이나 호로비츠, 루돌프 제르킨, 빌헬름 켐프, 글렌 굴드 같은 피아니스트들을 만났고, 아이작 스턴, 이챠크 펄만, 로스트로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같은 바이올린이나 첼로 연주자들을 만났으며, 카라얀, 번스타인, 게오르그 솔티, 유진 오만디 같은 명지휘자들의 교향악단을 만나기도 하였다.

대학 시절의 추억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독서 서클 활동이다. 이 독서 서클은 실은 대학때 만든 것이 아니고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조직된 것이었다. 서울 사직공원 내에 있는 종로 도서관에서 방학을 이용하여 독서교실을 열었는데, 여기에 참여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독서 서클을 만들었다. 나도 이 멤버 중 하나였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입시 준비 때문에 우리 동기들은 잠시 활동을 접었고, 대학에 들어온 후에 다시 만남을 계속하였다. 우리들은 주로 동시대에 주목을 받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토론했지만, 가끔씩은 동·서양 고전들을 텍스트로 삼기도 하였다. 선정된 책은 주로 시, 소설 등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역시 가끔씩은 철학, 종교, 영화, 연극, 무용, 음악, 건축, 미학, 사회학 등으로 분야를 넓히기도 하였다. 독서 토론은 보통 두 세달에 한 번 정도로 각자 다니는 대학의 빈 교실이나 캠퍼스에 모여서 했는데, 토론이 끝난 뒤에는 맥주집으로 이동하여 우정을 나누기도 하였다. 우리 서클의 멤버들은 각자 전공이 다양했다. 문학, 역사학 등의 인문계뿐만 아니라 수학, 화학, 공학 등의 이공계, 그리고 음악 전공자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 때의 독서 서클 경험은 나에게 큰 유익을 가져다주었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여러 양서들을 접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여 이야기하는 말하기 훈련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게다가 젊은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거리가 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상으로 신입생 여러분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몇 가지로 나누어 두서없이 해보았다. 공자(孔子)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30세에는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 확고히 뜻을 세웠다[三十而立]고 한다. 공자는 또한『논어(論語)』 첫머리에서 “(선생님께) 배우고 때마다 그것을 (스스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는 물론 공부[學習]의 즐거움을 말한 것이다. 대학은 학습할 수 있는 최선의 공간이다. 옥돌[玉石]을 끊임없이 쪼개고 갈고 닦아야 귀중한 보배를 얻을 수 있듯이, 신입생 여러분의 절차탁마(切磋琢磨)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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